아들이 묻더라, 남자는 수유도 안 하는데 왜 젖이 있을까?

아들의 질문에서 시작된 인체 잡학 이야기. 남자에게 젖이 남아 있는 이유를 태아 발달과 진화 관점에서 쉽고 과학적으로 풀어봅니다.

갑자기 나온 아들의 질문 하나

평범한 일상 대화 중에 아들이 불쑥 물었습니다.
“아빠, 남자는 젖으로 우유도 안 먹이는데 왜 젖이 있어?”

순간 대답이 막히더군요.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부분이었는데, 생각해보니 꽤 그럴듯한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남자와 여자는 처음엔 똑같이 만들어집니다

사람은 엄마 뱃속에서 아주 초기 단계에는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거의 동일한 형태로 발달합니다. 이 시기에 이미 유두(젖꼭지)가 먼저 만들어집니다.

그 이후에 남성 호르몬이 작용하면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유두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처음엔 똑같이 만들어지고, 나중에 역할이 갈라지면서 남자는 기능 없이 형태만 남게 됐다

그래서 기능만 달라집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이후 유선이 계속 발달하면서 출산 후 수유가 가능한 구조로 완성됩니다.

반면 남성은 유선 발달이 멈추기 때문에 젖은 있지만 수유 기능은 없는 상태로 남게 됩니다.

즉, 남자의 젖은 ‘쓸모없는 장기’라기보다는 발달 과정에서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굳이 없앨 이유도 없었습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남성의 유두는 있어도 건강에 해가 되지 않고,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능은 없지만 형태만 유지된 구조로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런 구조를 과학적으로는 ‘흔적 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들에게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람은 처음에 다 똑같이 만들어지는데, 나중에 남자와 여자가 갈라져. 남자는 그 다음 단계에서 젖을 안 쓰게 된 거야. 예전에 만들다 남은 흔적 같은 거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 그럼 그냥 장식이네?”라고 하더군요.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그렇게 이해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의 질문은 늘 좋은 소재입니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 하나가 어른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꽤 흥미로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질문이 나올지,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