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al Life/캠핑 그리고 요리

한겨울 무공해 굴맛 만끽 굴·김치·돼지고기 삼박자 ‘굴보쌈’

봄날처럼 - 우중사색 2005. 2. 20. 16:13
반응형
[일곱 메뚜기의 맛 탐사-종로의 굴 맛집 열차집·삼해집]한겨울 무공해 굴맛 만끽 굴·김치·돼지고기 삼박자 ‘굴보쌈’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월요일, 술이라도 한 잔 할 양으로 종로 피맛골에 갔다. 이집 저집 기웃거리다가 피맛골 입구에 위치한 ‘열차집’으로 들어갔다. 50년째 이 자리에서 쭉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 집은, 전통 있는 집으로 여러 매체에 소개된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역시 그 명성에 걸맞게 월요일 저녁부터 빈대떡에 술 마시는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딱 하나 남은 테이블에 운 좋게 자리를 잡고 앉아 빈대떡, 굴전, 막걸리를 주문했다. 둘러보니 손님 중 태반이 중년 이상의 아저씨들이고, 젊은 아가씨들만 있는 테이블은 우리 테이블뿐이다. 이 집의 기본 반찬은 검붉은 어리굴젓과 단무지뿐. 어리굴젓을 보니 집에서 금방 한 따끈한 밥에 어리굴젓을 쓱쓱 비벼 먹던 맛이 생각나 공기밥이라도 하나 시킬까 싶었다. 다른 테이블을 흘깃 보니 다들 빈대떡에 굴젓을 올려서 먹고 있었다. 아, 저렇게 먹는 것이 이 집의 룰인가 보다.
이 집의 빈대떡은 노란 녹두살에 돼지고기 서너 점만이 단출하게 올라가 있다. 아삭한 김치도, 고소한 숙주도, 쫄깃쫄깃한 고사리도 없다.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맛일지 몰라도 온갖 현란한 맛을 즐겨온 우리 입맛에는 심심하기만 하다. 이 집의 룰에 따라 짭짤한 굴젓을 얹어 먹으면 좀 낫긴 하다. 하지만, 이 집의 굴전은 추천할 만하다. 굴전도 역시 별다른 기교 없이 무공해 기법으로 부쳐내서 굴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달걀 반죽에 당근과 파를 썰어 넣고 한입 크기로 대충 부쳐낸 모양새지만, 익힌 정도도 딱 적당해서 두툼한 굴이 씹힐 때마다 고소함이 입안에 확확 번진다.

종로에서 ‘굴’하면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집이 있다. 바로 종로3가 서울극장 가기 전 좁은 골목 안에 숨어있는 굴보쌈계의 숨은 진주 ‘삼해집’. 이 집에서 굴보쌈을 주문하면 세 번 놀란다. 일단 그 엄청난 양에 놀라고, 밑에 깔린 김치와 고기가 비명을 지를 법한 엄청난 굴더미에 놀라고, 정식 메뉴와 다를 바 없는 감자탕이 서비스로 딸려 나와 놀란다. 다른 보쌈집에서는 추가 주문 메뉴인 보쌈김치도 이 집에서는 무한정 무료로 리필 가능. 이 집의 양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평균 장정 1.5인분의 양을 해치우는 메뚜기 멤버 네 사람이 이 집의 보쌈 대(2만5000원)를 하나 시키면 배가 찢어질 정도로 먹을 수 있다. 혹시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집은 아니냐고? 고기 마니아인 메뚜기의 입맛을 충족시킨 집이니 걱정하지 말기를. 굴도 아주 싱싱하고 보쌈김치도 적당히 달콤하고 시원한 보쌈김치 정석의 맛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지만,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인심이 후한 집이다. 1년 전 우리가 이 집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적당히 북적이는 정도였는데, 어느 새 유명세를 타버렸는지 요즘에는 가게 앞에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 블랙 메뚜기가 이 집을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옆집에 앉아도 우리집 보쌈을 먹을 수 있다며, 옆집 테이블로 안내하더란다. 하지만, 그것은 장사가 덜 되는 옆집을 배려한 아저씨의 마음이었다고. 블랙 메뚜기는 이왕 앉은 김에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옆집 보쌈을 억지로 먹었다고 한다.

제철 만나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굴의 속살은 요즘 아니면 맛보기 별미 중의 별미. 주위의 좋은 사람들을 불러모아 굴이나 실컷 먹어보자.

브라운 메뚜기 (이지영/조인스 닷컴)

●열차집 : 종로 피맛골 입구 교보빌딩 뒤편 버거킹 오른쪽으로 난 골목으로 10여 미터들어가면 된다. 문의.02-734-2849 (녹두 빈대떡 9000원, 굴전 1만원)●삼해집 : 종로3가 지하철역 14번 출구 서울극장 방향으로 나와 직진하다가 첫 번째 골목으로 우회전(아주 좁은 골목). 그 길 따라 쭉∼ 들어가다 보면 정면에 빨간색과 노란색의 삼해 간판이 보임 (굴보쌈:中 2만원, 大 2만5000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