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취하고 빨리 깨게" 건강음주법 7계명
술의 해독을 알지만 피할 수 없는 연말 술자리. 가급적 천천히 마시며 건강비법을 지키면 술의 해독을 줄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강당에서 ‘과음은 병이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갖고 과음의 해독이 흡연 못지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모임이 이어지는 연말에 건강을 내세워 술잔을 뿌리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은 ‘술 권하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 술의 해독을 줄여야 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술에 덜 취하거나 숙취에서 벗어나는 온갖 비법이 나돌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의 도움말로 각종 음주 비법들의 타당성을 짚고, 연말에 술의 해악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는 ‘건강 음주법’을 알아본다.
●워밍업을 하라
숙취해소음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해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은 음주 전후에 숙취해소음료를 마시면 도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음주 1∼2시간 전에 음식을 먹어 위에 ‘신호’를 보내고 보호막을 만들도록 하는 것.
음식은 부드러운 죽이나 수프, 밥이나 콩나물국 생태탕 조개탕 북엇국 등 해장국을 먹는다. 기름진 음식은 오히려 위의 알코올 분해 작용을 방해하고 지방간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좋지 않다.
우유를 마시고 술판에 뛰어드는 사람도 많은데, 한국인은 대부분 우유에 있는 락토스라는 당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소화기관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일부는 술 마시기 전에 맥주 한 컵을 서서히 마신 다음 본격적으로 독주를 마시는데,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서 초반부터 스피드전을 펼치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술을 많이 마시면 만사 ‘도루묵’이다.
일부는 음주 1∼2시간 전에 목욕을 하고 잠깐 잔 뒤 ‘전투’에 뛰어들기도 하는데 피로가 풀려 일시적으로는 술이 덜 취하지만 술의 흡수가 빨라지고 과음하기 십상이다.
●술을 마실 때는
술이 센 사람도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 총량이 80g을 넘으면 간에 무리가 온다. 알코올의 총량은 마신 술의 양에 농도를 곱하면 된다. 즉 알코올 도수가 4도인 맥주를 2000㏄ 마시면 ‘0.04×2000〓80g’이다.
술은 도수가 약한 술로 시작해서 점점 독한 술을 마시는 것이 거꾸로 마실 때보다는 해악이 적다. 소주 한 병을 30분 동안 마시는 것이 소주 두 병을 2시간 동안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롭다.
폭탄주를 마시면 빨리 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10∼20도 정도의 술이 인체에 가장 빨리 흡수되는 데다 ‘폭탄 제조’시 생성되는 탄산가스가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 소주, 보드카, 위스키, 브랜디 등 증류주가 포도주, 동동주, 맥주, 막걸리, 과실주 등의 비증류주보다 불순물의 함량이 적어 숙취가 덜 오래 간다.
한방에서는 술에 취하기 전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등 체질이 찬 사람은 맥주가, 열이 많은 사람은 소주가 특히 해롭다고 말한다. 또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은 과음하면 숙취가 오래 간다는 설명이다.
안주를 많이 먹으면 알코올의 흡수가 지연돼 덜 취하는데 기름진 것보다는 치즈, 두부, 살코기, 생선 등 저지방 고단백 음식과 채소, 과일 안주를 먹는 게 좋다.
음주시에는 간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담배를 피우면 인체의 산소결핍증이 유발돼 몸에 더 해롭다. 또 담배를 피우면 뇌의 중독 관련 부위가 자극돼서 술을 더 마시게 된다. 무엇보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면 체내의 수분이 부족해져 숙취가 유발되는데 물을 마시면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데다 알코올을 희석할 수도 있다.
특히 음주시에는 소변을 통해 많은 전해질이 빠져나가는데 전해질이 풍부한 과일주스나 스포츠 이온음료를 마시면 좋다.
그러나 카페인음료나 탄산음료는 마시면 안 된다. 알코올을 인체에 그대로 둔 채 소변을 통해 수분만 빠져나가도록 하는 데다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후래자(後來者) 3배’의 대상이 됐을 경우 토하면 덜 취한다. 술판이 무르익은 다음 술에서 깨려고 억지로 토하면 별 효과도 없는 데다 식도로 강한 위산(胃酸)이 올라오면서 식도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드물지만 출혈로 숨지는 사람도 있다.
●술 마신 다음엔
간혹 술 마신 뒤 집에서 꼭 라면이나 밥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음주 후 갑자기 혈당이 떨어져 이를 보충하려는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다. 음주 후 밥이나 면을 섭취하거나 전해질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콩나물국이나 북엇국 등 해장국을 먹으면 비만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간의 기능에는 좋고 숙취가 빨리 풀린다.
음주 후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귀가하면 숙취 해소에는 좋지만 마이크를 독점하거나 고함을 지르면서 노래를 부르면 성대가 손상될 수 있다.
과음한 다음날에는 공복감, 식은땀, 어지럼증, 손저림증, 집중력 감퇴 등 다양한 숙취 증세가 나타나는데 대부분 혈당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억지로라도 아침밥을 먹도록 한다. 아스파라긴과 타우린 성분은 알코올이 1차 분해되면서 생기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므로 아스파라긴이 풍부한 콩나물국과 타우린이 풍부한 북엇국 등을 곁들이는 게 좋다.
또 틈틈이 식혜나 꿀물, 과일주스, 스포츠이온음료 등을 마셔 부족해진 수분과 당분, 전해질 등을 보충하도록 한다.
점심시간에 목욕탕에서 간단히 목욕하고 30분 정도 자는 것은 피로 해소에 좋지만 냉탕과 열탕을 오가면 몸에서 활성산소가 증가해 피로가 유발되고 간에 무리를 주므로 피한다.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면 술이 빨리 깬다. 진통제를 먹으면 두통이 해소되지만 고주망태 상태에서 진통제의 일종인 아세노아미노펜제를 먹으면 간이 손상되므로 피해야 한다.
(도움말〓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홍원선 교수,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경희대 한방병원 내과 이장훈 교수, 삼정한의원 이승교 원장)
▼의사-한의사들의 '난 이렇게 마신다'▼
의사와 한의사들은 술자리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즐겁게 마시는 것이 덜 취하는 길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동창회라면 은사(恩師)를 모시거나 부부 동반 모임으로 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그러나 상사나 주변 사람이 ‘술 폭군’이거나 직업상 술자리를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음은 도움말을 준 의사와 한의사가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건강 음주법.
▽술을 마시기 전에〓음주 전에 위에 보호막을 만들도록 하는 겔포스, 알마겔 등의 ‘위점막방어인자증가제’나 큐란, 라니티딘 등 ‘제산제(制酸劑)’를 먹는다. 비타민B6가 포함돼 있는 비타민제를 먹는다. 비타민제는 덜 취하게 할 뿐만 아니라 숙취 해소도 촉진시킨다. 술 마시기 1시간 전에 죽이나 콩나물국을 먹는다.
▽술을 마실 때〓물, 주스, 이온음료 등을 많이 마신다. 안주로는 야채 오이 배추 등을 많이 먹는다. 급하게 많은 술을 마셨을 때에는 냉수 한두 컵을 한꺼번에 들이킨 다음 화장실로 향한다. 즉시 토할 수 있다. 틈틈이 화장실에 가서 술 취한 정도를 확인하고 취기를 느끼면 ‘36계’를 한다.
▽음주 후〓음주 후 자기 전에 밥이나 면류를 먹는다. 속보나 골프 스윙연습을 가볍게 한 다음 샤워를 하고 잔다. 20분 정도 뜨거운 물에 발만 담그는 ‘족탕’을 하고 잔다. 다음날에는 족탕이나 20분 동안 배꼽 아래만 뜨거운 물에 담그는 ‘반신욕’을 한 다음 가볍게 샤워를 한다. 과일즙과 야채즙을 많이 마신다. 음주 다음날은 퇴근 뒤 평소보다 한두 시간 일찍 잠자리에 든다. 피로와 두통, 구역질 등을 견디기 힘들면 링거 주사를 맞는다.
출처: 동아일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0&aid=000016756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