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장마

2001. 5. 9. 16:03Bravo My Life/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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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5시쯤 천둥을 동반한 소낙비가 내렸다고 한다. 새벽 3시가 넘도록 깨어있었는데 늦은 잠자리라 더욱 그 소리를 듣지 못한듯하다.
작년 가을 무섭게 내리던 비와 바람이 생각난다. 태어나서 그렇게 거칠게 부는 바람은 본적이 없기에 토네이도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한달 정도만 지나면 장마가 시작될것이다.
장마...
장마하면 생각나는게 중학교 때 방과후 집까지 걸어오다 어느집 담장에서 본 목련꽃이다. 비에 젖은 목련꽃 참 애처러워 보였는데. 그 때의 쓸쓸함이나 비의 차가움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 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그 때문인지 난 장마를 사랑하게 되었다. 비오는 카페를 사랑하고 강변을 사랑하고 앞이 보이지 않이만큼 퍼붓는 비를 아무런 꺼리낌 없이 받아주는 바다를 사랑한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마시는 소주 한 잔을 사랑하고 함께 술잔을 기울릴 수 있는 친구를 사랑하고 그곳을 같이 바라보고 있는 아내를 사랑한다.
빗속을 달리는 시외버스안을 사랑하고 그 비의 차가움을 사랑한다. 결혼하기전 비오는 날 아내와 싸웠던 춘천댐을 사랑하고, 태어나 혼자 처음으로 여행을 떠났던 비오던 강릉의 한 대학 캠퍼스를 사랑한다.
그 모든것들과 함께 했었던 슬픈 가락의 발라드를 사랑하며 이 모든걸 아름답게 간직해주는 추억을 너무 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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